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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세계 -> 작품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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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가면 사람마다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양팔을 꼰 채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보는 사람, 멀리 떨어져서 보는 사람,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사색을 하는 듯한 사람, 그림을 스쳐가듯 보는 사람, 자기가 관심이 있는 작품만 보고 나머지는 그냥 지나치는 사람 등.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듯, 우리가 하나의 작품을 통해 느끼는 감정도 이처럼 저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때로는 우연한 기회에 생각지도 못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재미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도 바로 그런 우연한 기회에 찾아드는 색다른 느낌이다. 방대한 미술사를 꼼꼼하게 다룬 비평서가 아니라, 지은이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월간 <노블레스>란 잡지에 실은 글들을 다듬은 것으로, 기원전 2000년의 고대 이집트 초상 조각에서 헬레니즘, 르네상스 등을 거쳐 1960년대 미국 회화까지의 서양 미술사를 통해 지은이에게 강한 인상을 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감수성 짙은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지은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작품들보다는 기존 미술교양서에서 잘 다루지 않은 작품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곧 지은이가 들려주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나의 시선 밖에 있던 예술가와 작품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감흥은 남다른 것 같다. 천편일률적인 예술가와 작품의 소개에서 비켜서서 예술가와 작품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르크스의 <자본론> 못지않게 19세기 유럽 노동계급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는 도미에의 '세탁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눈과 코, 입이 지워진 채 아이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지은이의 말처럼 고단한 삶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듯한 그림 속에서 많은 것을 담고 있었고,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처럼 지은이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그림보다는 덜 알려진 그림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이주헌의 책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와 자주 비교하곤 한다.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민은 두 사람 모두 대단하지만, 정작 이주헌은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글이 아주 여성적이다. 유려하고 감성적이다. 이에 비해 이 글을 쓴 지은이는 여성이면서도 조금은 메마르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지은이의 힘들었던 삶이 글 곳곳에 투영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글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에밀 길레의 '목이 긴 병'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전형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이다.

"옛날엔 장식이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했는데……나이를 먹으니 취미도 달라지더군요. 적당한 장식은 삶의 양념입니다. 옷도 우중충한 무채색보단 원색계열을 선호하고 밋밋한 벽에 작은 그림이라도, 진품을 복사한 포스터라도 걸고 싶더군요. 화병에 꽃도 꽂고 (…) 자신이 사는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꾸미는 건 나쁜 일이 아니죠. 아무튼 전 변했어요. 변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 화사한 꽃병들이 눈에 띄었던 겁니다."(173쪽)

우리는 미술 작품을 대할 때면 으레 이 작품은 어느 유파에 속하고 어떤 화법을 쓰고 있는지 등 그림 이전에 그 그림에 대한 배경을 알기에 바쁘다. 그래야만 그림을 좀 볼 줄 아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은연중에 우리는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눈으로 그림을 본 것이다. 어떤 때는 책에 소개된 대로 그림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오주석은 <한국의 미 특강>에서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으로 그림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는 오주헌의 그림 이야기와도 맞닿아있다.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쏟아내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드는 색다른 감흥이 때로는 그림 읽기를 더욱 재미나고 즐겁게 한다는 것을 일깨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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