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강종래화백이야기 풍경을 통해 채질해낸 맑은 삶의 의미성 신병은(시인) 풍경은 인간의 주체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로서 코드화 된 것. 그게 바로 풍경이다. 풍경화는 풍경의 인상에서 얻은 체험을 담는다. 눈 쌓인 겨울풍경이 아름답다고 그 장면을 그대로 베껴내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어떤 이해가 담겨 있어야한다. 풍경의 어떤 면, 그것들이 불러일으킨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풍경화의 진정한 오브제는 대상 풍경의 어떤 면과 나에게 불러일으켜진 감흥이 된다. 이러한 풍경의 인상적 경향은 그의 반추상화에서 분명해진다. 그동안 작업해온 구상화에서 반추상으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풍경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통해 체질해낸 인상을 포착하고 있다. 이는 자연의 진정한 모습은 현상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공기, 빛, 힘, 생명 등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그림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풍경보다는 인간과 함께 영원히 존재해야하는 ‘삶의 자리’로서의 자연임을 깨우쳐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겨울 길목에 귀를 대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린다. 스스로를 비우고 비운 안쪽에 겨울눈을 다독이는 나무들의 속삭임이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며 등 토닥여 다가선 햇살 몇 올 저희끼리 모여 속삭이는 소리며 먼 곳에서 떼지어 다니는 정겨운 바람소리도 들을 수 있고 나뭇잎 하나 툭 어깨에 내려앉아 가벼운 모습으로 기도하는 소리, 여백으로 풀어내리는 겨울 동백의 속삭임도 들을 수 있다. 그저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캔버스 위에 쏟아 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검증한 거기로부터 발화된 이야기다. ‘靜과 動’의 이미지, 꽃과 눈의 이미지, 겨울 산과 겨울나무, 눈속 동백의 인상 등이 상징적 조형으로 자리한다. 차거운 것을 정겨우면서도 따뜻하게 하고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절제된 조형미로 보듬어 냄으로써 삶의 공간을 한층 다양한 표징으로 담아낸다. 하여, 강종래를 읽으면 그림이 묘사의 양식만이 아니라 울림의 공감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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