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술관은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아트페어는 비엔날레의 실험성을, 비엔날레는 아트페어 같은 상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 관객들은 하나의 전시장에서 즐거움과 실험성, 그리고 상품 쇼핑을 한 번에 즐기려 할 것이다.” 미국 현대미술관(MOMA) 디렉터 글렌 로리의 말이다.

아트페어 릴레이가 시작되는 새봄이다. 3월 첫 주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선 서로 다른 실험이 벌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는 부산으로 옮겨가 지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아시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가려 내놓는 ‘제1회 블루닷아시아’가 열린다.

아트페어는 단기간에 수십 수백 개의 화랑이 참여해 제각각 부스를 두고 작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미술 5일장’이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미술품 판매 축제다. 미술품을 구매하고 싶지만 화랑 문턱은 높고, 수억원대 그림이 1분 내에 낙찰되는 경매는 너무 빠르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미술 시장의 호황이 두드러졌던 지난해는 아트페어의 전성시대였다. 3월 한국현대미술제를 시작으로 4월엔 아트서울전이 열렸고, 5월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로 정점을 찍었다. KIAF는 유료 입장객 6만4000여 명, 총판매액 175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거의 매달 열리다시피 한 아트페어는 12월 지방 첫 아트페어인 ‘아트대구’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의 달뜬 분위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아트페어의 급증으로 비슷비슷한 행사의 난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최고(最古)의 아트페어, 부산서 새 단장=3월 초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는 미술품을 운송하는 탑차들의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26회 화랑미술제가 6∼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화랑미술제의 첫 지방 나들이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주관으로 국내 화랑들만이 참여한다. 국내 아트페어 중 가장 긴 전통을 자랑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79개 화랑이 28억6000만원어치의 미술품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화랑협회에서 주관하는 국제아트페어인 KIAF에 비하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에 화랑협회는 5월 KIAF, 10월 화랑미술제라는 기존의 사이클을 바꿔 봄 화랑미술제, 가을 KIAF로 바꾸는 실험을 한다. 또한 화랑미술제는 개최 장소를 아트페어의 블루오션인 부산으로 바꿔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보다 세 배가량 넓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86개 화랑이 참여한다. 500여 명 작가의 2000여 점이 출품된다. 이우환·강익중·석철주·김창렬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자리를 굳힌 작가들과 니키 드 생팔·리히텐슈타인·앤디 워홀·쿠사마 야요이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고루 볼 수 있다.

◇서울에선 첫 아시아 아트페어=3월 5∼10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블루닷아시아 2008’은 신생 아트페어다. 화랑에서 작품이 예약됐을 때 붙이는 ‘파란 딱지’를 제목으로 내세웠다. 아트사이드·선컨템포러리 등에서 활동한 전시기획자 이대형씨가 설립한 미술기획사 H존이 행사를 주최한다. 한국·중국·대만·일본의 젊은 작가 57명의 300여 점이 나온다. 화랑별로 부스를 만들어 참여하는 기존의 아트페어와 달리 6개 섹션으로 나눠 전시를 기획했다. 누드 사진 위의 비닐그림으로 이미 국내외에 유명세를 탄 배준성, 영국 사치 그룹에서 컬렉션한 중국 작가 창신 등 블루칩 작가군뿐 아니라 대만 작가들만 별도로 소개하거나, 젊은 작가들의 저렴한 작품만 모은 코너도 있다.

이대형 전시총감독은 “트렌드보다 3∼5년 앞선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신진 작가의 참신한 작품과 변신을 시도하는 중견 작가의 ‘젊은 작품’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아트페어에 가기 전 챙겨야 할 7가지

1. 취미냐 투자냐를 분명히 하라. 그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2. 정보수집은 필수다. 미술 전문지 등에서 작가와 작품값 정보를 미리 알아본다.

3. 구매는 판화와 사진, 원화 순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4. 소득에 맞는 가격대의 작품을 고른다.

5. 살 거라면 빨라야 한다. 남보다 일찍 보고 신속히 결제한다. 사전 오픈 행사에 참석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6. 팔린 작품 옆에는 빨간색 스티커를, 예약인 경우에는 청색 스티커나 반쪽짜리 스티커를 붙인다. 망설여진다면 일단 예약을 하고 생각한다.

7. 구매 후에는 작품을 보증할 수 있는 자료도 챙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