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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예수…] 는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의 [1889년에 브뤼셀에 입성하는 예수  조회수 1940

이흥덕

한국인들처럼 열정적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작게는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크게는 국가와 세계 평화를 위해 개최되는 수많은 종교 집회를 보면 한국이 세계최고의 선진복지국가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인에게 종교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즉, 각종 노력봉사와 물질적인 기부를 포함하는 온전한 헌신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성장 신화의 개신교, 대한민국 최대 종교인 불교, 기독교의 뿌리인 가톨릭, 이렇게 대표적인 종교의 신도 수만 합쳐도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상이 신앙인이다.

 

자! 그렇다면, 불교와 기독교 신앙의 근원적 존재인 붓다와 예수가 지금 이 세대에 다시 부활하여 대한민국 서울을 방문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는 충격과 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며, 수많은 방송과 인파가 서울로 몰려들 것이다. 실제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엄청난 상상이 한 점의 작품 속에서 실현되었다.


[붓다, 예수 서울에 입성하시다](1998)는 1980년대 이후 사회 풍자적인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려온 이흥덕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인간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부조리한 측면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관찰하는 작가는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 속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을 대형 화폭 속에 담아낸다. 그는 [카페]와 [지하철] 연작을 통해 일상적인 대중 공간을 무대로 복잡한 도시의 풍경 속에 감춰진 현대인들의 욕망과 불안, 폭력과 파괴의 본능을 표현적인 색채로 묘사한다.

 

[붓다, 예수…] 는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의 [1889년에 브뤼셀에 입성하는 예수 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1888)의 제목과 화면 구성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화면의 위쪽 ‘VIVE LA SOCIALE’(사회주의 만세)라고 쓰인 거대한 현수막 아래 수많은 인파가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화면의 앞쪽으로 쏟아지는 인파(사기꾼, 광대, 짐승의 가면 쓴 기괴한 인파들,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와 군악대(?)의 압도적인 모습으로 인해 저 뒤쪽에 조그만 당나귀를 타고 등장한 예수의 모습(전위적인 작업으로 인해 당대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었던 작가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괴하고 표현적이며, 사회비판적인 이 작품은 1929년까지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못했으나, 20세기 초반 표현주의의 선구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흥덕은 새로운 해석을 통해 동양의 성인 붓다를 함께 등장시킴으로서 대한민국 신앙인들의 자존심을 훼손시키지 않는 절묘한 균형감과 위트를 보여주고 있다. 전경, 중경, 후경으로 분할된 화면 속에 강렬한 색채와 터치로 그려진 수많은 인파들의 역동적인 모습은 거리 환영식 현장의 왁자한 열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화면의 아래쪽 각종 기괴한 탈을 뒤집어 쓴 인물들의 모습은 이성의 가면 속에 감춰진 인간 군상들의 짐승과도 같은 본능과 욕망을 상징한다. 전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화면 우측에 서있는 ‘전라의 여인’이다.

 

이 여인은 예수가 죄를 사해준 성경 속 창녀의 모습으로, 성경의 결론과 달리‘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믿는(사실은 자기의 죄를 철저히 감추고 있는)’수많은 군중들이 던진 돌멩이로 인해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다. 이는 가면 속에 감춰진 익명의 현대인들이 보여주는 잔혹한 폭력성과 파렴치한 정죄 본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앞쪽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을 전혀 모르는 듯 온화한 미소에 빛나는 후광을 지닌 부처와 예수는 흰 코끼리와 당나귀를 탄 소박한 모습으로 몇몇 종교인들의 극진한 경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분들께서 함께 손잡고(이들의 재등장과 통합을 마땅히 반대할 수많은 기득권 세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들 세대보다 수천 년의 진화를 거친 닳아빠진 중생들을 다시금 갱생시킬 수 있을 까는 심히 의문이다.

 

물질문명이 제공하는 고순도의 쾌락에 탐닉하며, 과학적 세계관으로 중무장한 지나치게 명민한 현대의 인간들이 과연 되살아난 붓다와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오히려,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인간들을 깨우치려한 두 분께서, 그들의 설교 동영상에 줄줄이 달린 악성 댓글에 마음의 상처나 입지 않으실지 심히 걱정된다. 왜냐고? ‘자기 자신’을 믿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수천만의 신실한 종교인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온갖 거짓과 폭력, 악행의 모습들이 그다지 새롭거나 새삼 충격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그렇고 그런 살벌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흥덕 (1953.01.17 ~)

1953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현대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 도시생활의 일상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역설적인 유머를 통해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카페]와 [지하철] 연작을 통해 일상적인 대중 공간을 무대로 복잡한 도시의 풍경 속에 감춰진 현대인들의 욕망과 불안, 폭력과 파괴의 본능을 표현적인 색채로 묘사한다.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색채는 냉소적인 시선과 어우러지며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저항의 표현적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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