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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세계 -> 작품의 이해
 
꽃가루- 볼프강 라이프  조회수 2747

볼프강 라이프

볼프강 라이프(Wolfgang Laib, 1950 독일 메칭겐 출생)의 예술은 비서구적 세계, 근세 이전의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부터 인도와 근동, 극동지역을 자주 여행하고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동양적 사유 방식을 습득하고 그 삶을 체험하였던 라이프는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도교, 수피즘 등의 종교와 철학, 성 프란체스코, 12세기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신비주의자인 잘라루딘 루미(Djalal-od-Din Rumi)의 삶과 사상에 영향을 받는다.

 

그가 의학공부를 마치고도 의사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물질적, 논리적 사고에 기초한 서구 자연과학의 한계를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예술을 통해 추구한 것은 자연과학 너머의 다른 세계, 영적 초월적 세계였다. 특히 동양의 유기체적 세계관, 자연관에서 그러한 세계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서 인간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조화롭게 삶을 영위하고, 우주의 모든 현상들은 통일된 전체의 불가결한 부분들로 상호 연결된다. 라이프 작업의 주된 재료와 형식은 이러한 정신적, 사상적 배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가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꽃가루, 우유, 돌, 밀랍은 자연의 순환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것들은 자연에 내재한 비가시적, 영적인 에너지의 상징이다.

 

 

 

형태의 ‘단순’, ‘절제’, ‘순수‘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수 십년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해온 그의 작업의 사각형, 삼각형, 직육면체, 원뿔의 기본적인 구조는, 단순히 형식적 차원에서 미니멀리즘의 계보로 예단되는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주제와 재료에 대한 라이프의 직관적, 사색적 접근은 기계적, 비개성적 엄격함을 속성으로 하는 서구의 미니멀 개념과는 분명 차별된다. 그의 삶과 예술의 목표는 기하학이라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에 기저한 보편적 원리의 추구이며, 서구적 관점에서 무시되어온 단순성의 본질, 텅 빈 공간, 초시간성, 초월성을 지향한다. 그러한 작업은 무엇보다도 생과 사, 인간과 세계 그리고 우주의 의미에 대한 명상으로부터 유래하는 결과이다.


극도로 정제되고 절제된 형식과 내용을 보여주는 [우유 돌]은 1975년 처음 제작되었다. [우유 돌]에서 대리석 위에 매일 우유를 붓고 비우는 행위의 반복은, 꽃가루와 쌀을 쌓거나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과의 소통을 기원하는 일종의 제식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진다. 표면이 살짝 오목하게 들어간 사각의 흰 대리석 위에 흰 우유가 천천히 부어지고 대리석의 모서리와 우유가 만나는 바로 그 접점에서, 따뜻함과 차가움, 유동과 정지, 비어있음과 채워짐의 대립적 가치들은 완벽하게 결합되고, 각각의 물질은 모든 상이함을 포용하는 하나의 통일체 속으로 편입된다. 일체의 대립적인 것들이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의존함은, 동양적 세계관의 본질적인 통찰이다. 거기에서 찰나와 영겁, 육체와 정신, 쾌락과 고통, 생과 사는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단지 동일한 실재의 양면일 뿐이다.

 

 

 

 

1977년 처음 제작된 이래 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꽃가루] 작업은 동양사상 가운데 특히 성장과 변화의 순환과 반복이라는 도(道)의 본질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집 주변에 널려있는 민들레, 송화, 개암나무, 미나리아재비, 이끼 등의 꽃가루들은 채집되어 세심하게 체로 걸러져 바닥에 뿌려져 전시되거나 병 속에 넣어진 채로 보관, 전시된다. 그의 작업 과정은 철저하게 자연의 주기와 리듬에 맞춰 이루어진다. 입자가 거칠고 유기적이며 짙은 오렌지색의 민들레 꽃가루, 입자가 곱고 밝은 노란색의 송홧가루, 입자가 극히 미세하고 가장 창백한 노란색의 이끼와 같이 꽃가루들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살아있는 유기물로써 존재한다. 이미지는 물질과 공간과의 관계에서 매우 모호하고 암시적이며, 은유적이고 시적이다. 물리적인 세계에 대한 경험을 분석적, 수학적으로 공식화시키는 서구 실증과학의 방법론은 여기서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1980년대 중반 이래 제작해온 [쌀 집]이나 밀랍 방, 밀랍 배 설치 작품들은 실존의 문제들에 대한 라이프의 깊은 사유를 반영한다. [쌀 집]은 형식적인 면에서 무덤이나 중세시대 기독교 성골함, 이슬람 사원과 관련되고, 집과 무덤의 표상으로서 [쌀 집]은 생과 사의 두 영역을 동시에 포괄하는 대상이다. 라이프의 관심사는 삶과 죽음 자체보다는 이 두 상황을 넘나드는 ‘전이(轉移)’에 있다. 무엇보다도 밀랍을 이용한 작품들은 물질적인 세계에서 비물질적인 세계로의, 또 다른 차원으로의 ‘이행(移行)’이라는 목적을 실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재료로 사용된다. 라이프의 [지구라트]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므로 여기에서 생과 사,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라이프가 추구하는 것은 두 세계를 관통하는 영적 체험이다.


라이프의 심오하고 개방적인 예술세계는 우주와 자연 현상의 어떠한 생명 에너지도 인정하지 않고, 단지 과학 기술의 획일적인 잣대로 세계의 구조와 원리를 밝히려 함으로써 한계에 봉착한 서구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대안이다. 그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잊어왔던 가치 즉, 인간과 자연을 우주의 통일적 생명 체계로 보는 동양적 우주관, 자연관을 새로운 문명적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볼프강 라이프 Wolfgang Laib (1950 ~)

볼프강 라이프는 1950년 독일 메칭겐 출신이다. 의학공부를 마쳤지만 의사의 길을 버리고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예술세계는 서구문명의 한계를 자각하고 동양적 세계, 근세 이전의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한다. 어린시절부터 인도와 근동을 여행하고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동양적 사유를 습득하고 체험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도교, 수피즘의 사상이 녹아 들어있다. 꽃가루 작업은 1977년 처음 제작된 이래 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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